
파울루 벤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월드컵 성적 부진과 관련해 “이런 사태는 통상 한두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”라고 밝혔다.
이번 대회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로 48개국 중 34위에 머물며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.
1차전에서는 체코를 상대로 2-1 역전승을 거두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, 이후 개최국 멕시코에 0-1로 패했고,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0-1로 무릎을 꿇으며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했다.

벤투 전 감독은 “1차전 결과가 좋았기에 안팎의 기대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”이라며 “나 역시 한국의 1차전 후반전 경기력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”고 말했다.
2018년 9월 한국 지휘봉을 잡은 벤투 전 감독은 약 4년간 대표팀을 이끌며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끌었다.
당시 한국은 우루과이, 가나, 포르투갈 등 강호들과 한 조에 묶였지만 물러서지 않는 주도적인 축구를 펼치며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.
1무 1패로 몰린 벼랑 끝 H조 최종전에서는 포르투갈을 2-1로 꺾는 기적으로 불굴의 투지를 보여주기도 했다.

그는 4년 전 16강 진출의 큰 동력 중 하나로 “힘든 상황에서도 감독과 코치진, 선수단 사이에 자리 잡고 있던 굳건한 믿음”을 꼽았다.
벤투 전 감독은 “처음 부임했을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다 함께 팀 고유의 전술적 색깔을 확립하고, 서로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만드는 것이었다”며 “선수단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체계를 다지고, 선수들이 스스로와 그 과정을 믿게 만드는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었다”고 회고했다.

이어 “당시에도 숱한 위기와 어려운 순간들을 겪어야 했지만,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조별리그 마지막 포르투갈전을 앞둔 벼랑 끝 상황에서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”고 되짚었다.
아울러 벤투 전 감독은 ‘원팀’으로서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절대적인 시간의 차이도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.
또 벤투 전 감독은 “나는 4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한 팀을 온전히 지휘할 수 있었지만, 내가 떠난 뒤 한국은 대행을 포함해 4년 동안 무려 4명의 사령탑을 거쳤다”고 꼬집었다.

그러면서 “대한축구협회가 앞으로의 행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 번쯤 짚어봤으면 하는 부분”이라며 “감독이 선수들과 신뢰를 쌓고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확고한 경기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”고 강조했다.
마지막으로 그는 “협회 이사회나 수뇌부 등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안다”면서 “하지만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것이다. 한국 축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역할과 책임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점”이라고 조언했다.
허정은 기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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